국내 유통 제품 192종을 조사했더니 80%가 재질을 안 밝혔습니다

성인용품 쇼핑몰 세 곳의 상품 페이지 192종을 직접 조사했습니다. 러브젤은 조사한 27종 전부가 성분을 밝히지 않았고, 콘돔은 20종 중 19종이 재질을 적지 않았습니다.

2026-08-18·5분·출처 2건

재질로 제품을 고르려고 보니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재질이 적혀 있질 않습니다. 감이 아니라 숫자로 확인해보려고 직접 조사했습니다.

어떻게 조사했나

  • 쇼핑몰 두 곳(79종)은 상품 sitemap에서 균등 간격으로 표본을 뽑았습니다. 카테고리 편중을 줄이려고 연속된 목록이 아니라 일정 간격으로 건너뛰며 골랐습니다.
  • 쇼핑몰 한 곳(113종)은 콘돔·러브젤·오나홀·진동기 여섯 개 하위 카테고리에서 목록 앞쪽 25종씩 뽑았습니다. 재질이 문제가 되는 카테고리를 일부러 골랐으므로 카탈로그 전체의 평균은 아닙니다.
  • 뽑는 방법이 둘로 나뉘므로 하나의 비율로 합치지 않고 따로 셌습니다.
  • 각 상품 페이지에서 구조화 데이터와 본문의 재질 표기 구간을 확인했습니다. 구매후기와 상품문의에 나오는 재질 이야기는 제품 사양이 아니므로 세지 않았습니다.
  • 판매처 서버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요청 간격을 두고 robots.txt를 지켰습니다.

결과

표본 192종 중 153종(80%)은 판매 페이지 어디에도 재질이 적혀 있지 않았다. sitemap 표본 79종은 70%, 카테고리 표본 113종은 87%가 미표기였다. 판매 페이지 표기만으로 재질이 특정되는 것은 192종 중 3종(2%)뿐이다.
국내 유통 성인용품 재질 표기 실태 조사 (쇼핑몰 3곳, 표본 192종) · 재질부터 보는 성인용품 가이드 · 자체 조사 · jaejil.io · 2026

나머지 36종은 재질 관련 단어가 있긴 했지만 판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실리콘'이라고만 적혀 있었습니다.

러브젤은 27종 전부가 성분을 안 밝혔습니다

카테고리별로 보면 편차가 큽니다. 가장 나쁜 쪽이 러브젤이었습니다. 일반·고급 러브젤 27종을 봤는데 삼투압, pH, 글리세린 함유 여부를 적은 제품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몸 안에 직접 넣는 제품인데 성분표가 없습니다.

WHO는 윤활제 삼투압을 380 mOsm/kg 이하로 권고합니다. 시판 제품 상당수가 이 값을 크게 넘습니다. 표기가 없으면 넘는지 아닌지를 알 방법이 없습니다.

콘돔은 20종 중 19종이 재질 미표기였습니다

콘돔은 의료기기입니다. 그런데 조사한 국내 일반 콘돔 20종 중 19종의 상품 페이지에 라텍스인지 폴리이소프렌인지 폴리우레탄인지가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라텍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이건 정보 부족이 아니라 안전 문제입니다. 라텍스는 오일 성분과 닿으면 약해지지만 폴리우레탄은 그렇지 않다는 차이도 있어서, 어떤 윤활제를 쓸 수 있는지가 재질에 따라 갈립니다.

포장 상자에는 표기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온라인에서 사는 사람은 받아보기 전에 확인할 수 없습니다.

후기에 적힌 재질은 사양이 아닙니다

조사하면서 걸러내야 했던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상품 페이지 아래쪽 구매후기와 상품문의에는 재질 이야기가 아주 많습니다. 실리콘 재질이 별로라는 후기, 이 제품이 실리콘인지 TPE인지 묻는 문의 같은 것들입니다.

한 제품에서는 페이지 안의 재질 언급 여덟 번 중 여섯 번이 후기와 문의였습니다. 구매자의 인상이나 질문은 제조사 사양과 다른 종류의 정보이므로 세지 않았습니다. 제품을 찾아볼 때도 같은 구분이 필요합니다.

'실리콘'이라고만 적으면 왜 부족한가

실리콘은 비다공성 재질이라 관리가 쉽습니다. 그런데 저가 제품 중에는 실리콘을 섞은 열가소성 엘라스토머(TPE)를 그냥 '실리콘'이라고 적는 경우가 있습니다. TPE는 다공성이라 성질이 완전히 다릅니다.

즉 '실리콘'이라는 표기만으로는 관리가 쉬운 재질인지 소모품으로 봐야 하는 재질인지 갈리지 않습니다. 함량이나 '플래티넘', '의료용' 같은 추가 표기가 있어야 판단이 됩니다.

재질이 적힌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쇼핑몰에서는 40종 거의 전부에 '실리콘'이라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읽어보니 제품 사양이 아니라 모든 상품에 똑같이 붙는 교환·반품 안내문이었습니다. "실리콘 공정상 발생하는 기포나 이염은…"이라는 문장이었습니다.

이 문장을 걷어내자 재질 정보가 있는 제품이 크게 줄었습니다. 페이지에 재질명이 보인다고 해서 그 제품의 재질이 적힌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표기가 있어도 틀릴 수 있습니다

표기를 믿을 수 있느냐도 별개 문제입니다. 덴마크 환경보호청이 성인용품 16종을 분석했을 때, '젤리'로 팔리던 재질의 실체는 가소제를 최대 70%까지 넣은 PVC였습니다.

널리 쓰이는 '젤리'라는 재질 표기는 가소제를 넣은 비닐(PVC)로 확인됐다. 가소제 함량은 최대 70%에 달했다.
Survey and health assessment of chemical substances in sex toys · Nilsson NH, Malmgren-Hansen B, Bernth N, Pedersen E, Pommer K · Danish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Survey of Chemical Substances in Consumer Products No. 77 · 2006

조사 중 실제로 모순된 표기도 만났습니다. 한 제품은 '플래티넘 실리콘(TPX)'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TPX는 열가소성 소재라 실리콘과 같이 쓸 수 없는 말입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제조사에 물어야 알 수 있습니다.

구매하실 때

  • 재질이 안 적힌 제품은 판매처에 문의하십시오. 답을 못 받으면 다시 생각해볼 이유가 됩니다.
  • '실리콘'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함량이나 등급 표기를 추가로 확인하십시오.
  • '젤리'는 재질명이 아니라 촉감 표현입니다. PVC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재질을 명확히 밝히는 브랜드는 그 자체로 신뢰할 만한 신호입니다.

이 글의 근거

  1. 국내 유통 성인용품 재질 표기 실태 조사 (쇼핑몰 3곳, 표본 192종)
    재질부터 보는 성인용품 가이드 · 자체 조사 · jaejil.io · 2026전문 확인
    뒷받침하는 내용 — 국내 성인용품 쇼핑몰 3곳의 상품 페이지 192종을 조사했다. 표본 추출 방법이 둘로 나뉘므로 하나의 비율로 합치지 않는다. (1) 더바붐샵·나이트몰 79종 — 상품 sitemap에서 균등 간격으로 뽑았다. 미표기 55종(70%). (2) 바나나몰 113종 — 콘돔·러브젤·오나홀·진동기 6개 하위 카테고리에서 목록 앞쪽 25종씩 뽑았다(카탈로그 약 3만종 중 표본). 미표기 98종(87%). 카테고리별로는 러브젤 27종 전부(100%), 국내 일반 콘돔 20종 중 19종(95%), 홀컵/텐가 21종 중 19종(90%), 에그 진동기 21종 중 18종(86%), 여성 진동기 24종 중 15종(63%)이 미표기였다. 전체 192종 중 판매 페이지 표기만으로 재질이 특정되는 것은 3종(2%)뿐이다. 모든 상품에 붙는 공통 안내문의 재질명과 구매후기·상품문의의 재질 언급은 제품 사양이 아니므로 제외하고 셌다.
  2. Survey and health assessment of chemical substances in sex toys
    Nilsson NH, Malmgren-Hansen B, Bernth N, Pedersen E, Pommer K · Danish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Survey of Chemical Substances in Consumer Products No. 77 · 2006요약본 확인
    뒷받침하는 내용 — '젤리'가 가소제를 넣은 PVC라는 점, 가소제 함량이 재질의 최대 70%에 달한 측정치, DEHP·DNOP·DINP 검출, 카드뮴 200ppm(기준 75ppm) 초과 사례

각 문헌 옆에 원문을 어느 수준까지 직접 확인했는지 표시했습니다. 재질별 정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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